바람불던날
Posted by sukhee on 29 Dec 2020 in Uncategorized
며칠간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텃밭 창고의 지붕이 훅 하고 날라갔다. 다행히 골격은 그대로 있고 물이 새지않도록 덮어 놓은 felt가 벗겨진거였다.
텃밭 창고는 전주인이 쓰다가 물려준건데, 워낙 낡아서 난 문도 안열어 본다. 남편은 텃밭에 아주 가끔 온다. 남편은 농사짓는걸 싫어한다. 우리부부는 난 시골쥐이고 남편은 도시쥐다. 그래도 shed roof felt가 날라간 것은 내가 할 수 없으니 마지못해 와서 도와주었다.
난 어떤 이유로든 남편이 텃밭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과 텃밭에 있으면, 어린 시절 과수원에서 나의 엄마와 아버지가 정답게 웃으시던 모습이 떠올라서다. 우리 아이들은 나와 남편이 정답게 보여질때가 언제였을까?
남편은 곧 집에 가고, 나는 나온 김에 밭도 조금 정리했다. 내가 땅을 파니 로빈도 나왔다.
바람이 불어 창고 지붕이 모두 날아갔다해도 왠지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