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dling
meddle ; to try to change or have an influence on things that are not your responsibility, especially by criticizing in a damaging or annoying way:
Meddling
지난 한달동안 나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단어가 'meddling' 이다. 내가 남의 일에 주제넘게 간섭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운 생각, 그것도 사랑이나 친절함으로 내가 당신보다 낫다는 우월감의 증거로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대한 자아 비판의 시간을 가졌다는거다.
Meddling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 계기는, 한달전에 가깝게 사는 싱글맘이 십대 아들이 자기 말을 안듣고 심지어는 욕도 한다면서 남자 어른으로서 아들을 꾸짖어 달라고 남편에게 부탁 하러 왔기 때문이다. 남편은 그 아들과 대화도 해보고, 컴퓨터에 관심이 있다하여 컴퓨터 언어를 가르치기로 했다. 남편이 서너번 정도 만나고 와서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남편: 내가 그 아이를 도와 줄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나: 뭔가 드라마틱하게 바뀔거라 기대하지마. 한두번 만나기보다 오랫동안 만나주다 보면 그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거야.
남편: 난 솔직히 그 아이나 엄마가 불쌍하단 생각도 안들고, 도와줘봤자 별로 변할거 같지도 않아.
나: 그럼 왜 그 아줌마가 부를때마다 가보고 컴퓨터도 가르쳐주는건데?
남편: 내가 대학때는 교도소로 봉사할동을 갔었고, 요즘은 재소자들이 출소하고 사회적응을 돕는 기관을 도와주잖아.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그 집이랑 똑같은 이야기야. 어릴적 비정상적인 가정(dysfunctional family).
나: 싱글맘의 아들이라고 다 범죄자가 되는건 아냐. 내 주위에 홀어미 밑에서 잘 자란 사람들도 많아. 나만 봐도 엄마 없이 자란 사람이야.
남편: 싱글맘의 아들이라고 모두 범죄자가 된단 말이 아니라, 범죄자들의 어린시절은 모두 불우했단 얘기야. 그 엄마도 한심하고 그 애도 한심한데, 내가 무언가를 안하면 10년후에 그 아들이 감옥에 있는게 상상이 되어서 맘이 괴로와.
나: 10년후에 감옥에 있어도 당신 잘못이 아냐. 그냥 당신이 생각하기에 최선인걸 해. 그리고 지금이야 급하니까 당신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어느 시점에서 당신보고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꺼지라고 할수도 있어.
남편: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어.
10년전, 그 싱글맘은 비슷한 상황으로 내게 찾아왔었다. 타국에서 애를 키우는게 얼마나 힘들까 싶어 나는 정성껏 도왔다. 나와 남편은 혹시라도 이 싱글맘이 사고라도 당하면 그 아들을 우리가 입양하자는 말도 했다.
그러나 10년후의 결과인 오늘을 우리는 이렇게 만났다. 그녀가 내와 주위의 사람들에게 나의 태도에 대하여 꼭찝어 말한 것이 '남의 일에 참견 말라'는 거였다. 'meddling'. 그 뒤로는 나와 그녀의 관계는 멈춰버렸다.
10년 후를 바라보는 오늘, 10년 전을 생각해보는 오늘. 난 혼란스러웠다.
간섭하지 말아야하는 '남'의 카테고리 안에는 나의 자식이나 부모도 포함된다. 부모기 성인이 된 자식의 일에 여전히 간섭하는 것을 많이 본다. 나의 경우엔 아버지가 재혼하시고는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부부의 관계속에 나를 끼어들게 하셨다. 새엄마에게 잘하여 흠 잡히지 말라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대신 해 줄수 없는 일들이 많다. 그 이유는 우리 각자의 모습은 유일하게 창조되었기 때문이며, 그래서 각각의 존엄성이 있는거다. 결정권도 책임의무도 각자의 자유의지이다.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걸 볼수만 있겠냐고?어쩔수 없다. 어느선까지는 도울수는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존엄성, 자존심까지 침범하는 것은 죄이다.
한달동안 그 싱글맘과 나의 남편이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집과 그집을 드나들며 보고 들은 것을 종합하자면, 내가 한 행동과 태도에 대하여 잘잘못이 있었는지 난 모르겠다. 난 나와 나의 가족에게도 강요하지 않듯이, 그 선을 넘어서면서까지 친절한 건 아니였다. 되돌아 가도 난 그렇게 했을 것 같다. 어쩌면 나에겐 친절이라 생각한 일이 그 사람에겐 간섭이 되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자기가 원한 방향이 아니였든지. 어쨌든 오늘의 결과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거다.
더 중요한 것은, 나는 과거를 바꿀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젠 나의 생각도 정리가 되는 듯 싶다. 후회보다는 앞으로 해야되는 결정에 남에게 나의 간섭을 섞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거다.한편으론 누구도 혼자 살수 있는 세상이 아니고 인생이 아니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사는 것의 묘미일수 있다.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친절과 간섭을 구별하며 산다면, 지난 날의 후회와 실패를 통해 뭔가 얻게 되는지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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