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리 짜기
5단계의 삼엄한 격리속에서 목도리를 짜고 있다.
뜨개질의 기본은 목도리 짜기다. 물론 어려운 패턴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간단한 겉뜨기와 안뜨기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목도리를 쉽게 짤 수 있다.
난 영국에 와서 유튜브를 보며 뜨개질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목도리와 모자 등을 뜨다가 점퍼, 스웨터를 뜨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좋아라 하더니, 이제 10대가 되면서 가게의 옷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남편 옷을 뜨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점점 뜨개질이 귀찮아지고 있었는데 바이러스로 인한 강제적 집콕으로 처박아 놓았던 바늘과 털실을 다시 꺼내게 되었다.
초심의 마음으로 목도리를 뜬다기 보다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집콕의 생활속에 오히려 쉰다는 느낌으로 편안하게 앉아 있고 싶어 목도리를 뜬다. 뜨면서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겉뜨기와 안뜨기만 하는 것은 너무 지루할 것 같아 패턴을 찾아보았다.
딱 네 줄의 설명 뿐인 이 목도리의 패턴. 단순해 보이지만 그래도 뭔가 색다르다.
오늘은 뭔가 잘못된 것이 있어서 조심이 살펴보았다. 뜨개질을 하다가 잘 뜨고 있는지 첫번째 점검은 바늘에 걸려 있는 콧수가 맞냐는 거다. 세어보니 50코야 하는데 48코다. 코를 놓쳤나 보니 그렇지는 않다. 이 단순한 패턴에도 콧수를 늘이고 줄이는 부분이 있다.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콧수를 교정하는 것은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이 목도리의 패턴에서는 다시 한 코 한 코 되돌아가는게 최선이다. 두 줄까지 되돌아가서야 다시 제 코를 찾았다. 다시 제자리를 찾은 거다. 이제 패턴대로 쭉 떠가면 된다.
내가 뜨고 싶은 옷의 마음에 맞는 패턴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털실가게에 쌓이고 쌓인 것이 털실이고, 널려 있는 게 패턴인데 말이다. 패턴을 결정할 때는 당연히 전체적인 모습을 그려봐야 하겠지만, 한 코 한 코 떠야 하는 방법이 내게 익숙하고 할 만한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기다란 실 하나가 이렇게 저렇게 대바늘로 엃키고 설켜야 옷이 되든지 목도리 되는 거다. 그래서 어디선가 한 코라고 빠진다면 그 코에서부터 한 코 한 코 풀려 나가버린다.
패턴을 찾아 뒤질 때 마다 패턴의 문자들이 수학의 기호 같기도 하고 악보의 음표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들을 때의 경이로움도 느낄 때가 있다. 종이 위의 음표들이 각각의 악기들과 사람들의 목소리로 표현되어 어울리는 그 감동. 물론 나는 음악도 모르지만 그런 경이로는 뜨개질 작품을 해 본 적은 없다. 그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뜨개질을 누가 언제 어떻게 시작하여 오늘에까지 이르렀는지는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 순간에 뜨개질을 하는 것은 나만의 발명품이 아닌 것은 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어느 날 뚝딱 나타난 게 하나도 없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 거다. 그리고 나도 우리 속에 하나다.
갑자기 내 마음 속에 깨닫게 된 결론이다. 뭔가 하면서 살자. 크든 작든 열심히 하자. 보람을 느끼자. 그리고 왠만하면 이 격리 중에 이 목도리를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