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쉰의 두 갈래 인생
한국 친구들과는 2020년에 쉰이라고 얘기했는데, 엄연히 말하자면2021년에는 나의 나이가 딱 50이 되는 해다.
그래서일까? 쉰에서 50이 되면서 나의 인생에 두 갈래길이 있다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하나는 그냥 쭉 가는 길이다.
매년이 새해인 것 처럼 하루하루 쌓이는 나의 나이에 새로운 일들이 생겨나는 전진의 길이다.
두번째는 되돌아가는 길이다.
어느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반대편 차선에서 10여분 전의 나처럼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 주려고 길게 늘어선 자동차의 행렬을 보았다. 나는 이미 떠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곳에 있었던 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도 곧 지금의 내 자리에 있을거라 짐작했다. 예언도 아니고 선견지명도 아니다. 그저 내가 이미 경험했기에 그들도 나의 길을 따라 올 것이라 그냥 예상하는 거다.
100의 절반인 50. 내가 백살까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50이란 숫자는 51, 52, 53…란 숫자로 연결되고, 반대로 49, 48, 47…등으로 자꾸 뒤로 간다는 느낌이 든다.
가령 최근에 영국에 온 한국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도 그랬었노라 말하는 거다. 나의 딸들이 어떤 고민을 말하면, “엄마는 말이지,,,” 하면서 나의 경험이나 생각을 나누게 된다. 어떻게 보면 늙어갈수록 요즘 말하는 ‘꼰대’가 되어가는지도 모른다. “나 때는 말이야…” 하면서.
‘시간’이란 것이 정말 무엇일까 궁금하여 스티븐 호킹 박사의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이란 책을 읽어보았다.
책 내용은 약간 복잡하고 수학과 물리를 이용하여 우주의 시작과 팽창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간’이 무엇인지 정확한 정의는 없다.
우리는 보통 하루는 24시간, 일년을 365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지구가 스스로 한바퀴를 돌면서 거리는 시간을 24시간이고 그것을 쪼개어 시, 분 초 로 계산되는 줄 안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빛의 속도를 통해 시간의 길이는 측정한다.
이 책에 의하면 빛은 일정한 속도로 직진하지만 중력에 의해 굴절 되기도 하여 약간의 시간차가 생길 수 있다. 이 시간차를 이용해 시간 여행을 할 수도 있는데, 단 과거로는 못 가고 미래로는 갈수 있다고 한다.
책 내용을 요약하자면, ‘시간’의 정의는 애매하지만, 어마어마한 시간을 보내면서 우주가 만들어지고 확장되고 있다는 거다. 즉 우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우주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시간’에 대하여 하나님이 시간을 만들었다는 뉘앙스가 풍기는 말이 있다. '하나님에겐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다'는거다. 시간을 자기가 만들었으니 엿가락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는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기서 시간을 만든 주인 마음대로 쥐략펴락 할 수 있다는 표면적 얘기를 말하는거다.
책이나 드라마, 영화속에서 시간 여행을 하는 경우를 본다.
시간을 여행한다 하면서 공간도 이동하게 되고 공간까지 이동하면서 사건이 개입하게 된다. 주로 과거로 여행을 가면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상황에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일어났던 일을 바꾸게 되면 과거의 미래인 오늘의 역사가 바뀌게 된다. 또 미래를 가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보고 현재로 와서는 지금의 행동에 대하여 결정을 다시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스토리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만나는 지점이다. 현재는 계속 과거가 되어가고 미래는 어느 사이에 과거가 되어가는 현상이다. 그래서 시간은 사건의 앞뒤의 순서로 여겨질 때도 많다.
시간을 홀로 여행을 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 모든 것을 거느리고 여행을 한다. 그래서 시간이 멈추면 모든 것이 멈추는 거다. 몇 억년 만년의 우주의 변화도 찰나의 순간이 없다면 우주도 없는 거다. 하다못해 라면을 끓이기 위해 불 위에 올려놓은 냄비 안의 물도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물이 데워지지 않는다. 내가 땅 속에 씨앗을 심어도 싹이 나오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 그러나 온 세상 수천만 개의 시계들은 지금도 똑딱거리며 시간이 지나고 있다고 말해준다. 해가 떠서 지고, 달이 나왔다가 다시 아침이 되면 우리는 또 하루를 보내고 새로운 하루를 맞으며 시간의 지났음을 깨닫는다.
도대체 ‘시간’이 무엇일까?
정말 지구를 반대편으로 돌리면 시간이 반대로 돌아갈까? 슈퍼맨처럼 지구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 애인이 죽기 전으로 되돌아가서 죽는 걸 막을 수 있을까? 난 아닐 것 같다. 그저 내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보는 경험과 비슷할 것 같다. 물론 나만의 가설이다.
이쯤에선 상식이나 과학을 뛰어넘어 신앙(faith)이 필요한 수준이다. 시간에 대하여는 나의 상식이나 과학적 그리고 신학적 지식이 얕고 넓지 못해 할말은 더 이상 없다.
다시 글의 처음에서 말한 나의 두 갈래 인생길을 생각해본다.
앞으로 직진하는 길은 흥미진진해 보인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지금은 이것저것 아무거나 상상해본다.
되돌아가보는 길은 눈물, 웃음, 후회, 상실, 기쁨, 슬픔 등이 뒤범벅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되돌아가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형태로든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마주 칠 과거의 나에게 잘해주고 싶다. 울던 나에겐 위로를, 기뻐하던 내게는 더 큰 박수를, 숨고 싶었던 내게는 손을 내밀고, 멋 모르고 까불던 내게는 그냥 모른 척 하련다.
분명한 것은 직진의 길에서든 되돌아가는 길에서 시간이 모든 걸 감싸고 있다는거다. 그리고 시간이 내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그 모든 일속에 미처 내가 몰랐던 의미와 가치가 아닐까 싶다.
나의 결론이다.
시간이 있기에 나는 앞으로도 갈수 있고 되돌아 가 볼 수도 있는 나의 삶이 있다.